[영화] 결혼이야기-변화의 속도와 적응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써 본다.... 시간은 남아도는데 블로그글쓰기는 컴퓨터 앞이 아니면 잘 하게 되어서리...(모바일로는 글쓰기가 이상하게 싫다)
현실적인 영화라는 평이 많았던 영화 '결혼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한 가정이 이혼에 이르는 과정과 그 이후의 모습이 꽤나 담담(?)하게 그려져 있는데,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영화였다.
현대사회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20년 안팎으로 변한 것만도 어마어마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어떤 사람은 빠르게 적응하고, 어떤 사람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 차이는 사람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만들고, 갈등은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가버리고 만다.
여성이 교육을 받을 기회가 당연시되고, 사회진출이 많아진 요즘이지만, '전통적인' 가정(육아 포함)의 유지(내조)와 이것은 잘 부합되지 않는다. 대가족제도 하에서 체제의 유지가 최대 관건이며 가정의 화목이 자아실현의 목표였던 과거 여성들과는 달리 현재의 여성들은 경제적인 면과 더불어 사회적인 자아실현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이것은 가정의 표면적인 화목을 '유지'하는 것과 상충되기도 한다.
자라면서 보고 배운 부모들의 세상과는 너무 달라져버린 현대사회에서 균형점을 찾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육아와 가정의 일은 많은 면에서 아직까지 여성의 영역으로 주어져 있고, 이러한 가정생활과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병행하는 것은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있으면 문제는 없겠지만, 남주인공처럼 초기의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파국의 시작이 될 수 밖에는 없다.
친정식구들과 같은 지역에 거주하게 되면서 육아의 부담을 덜게 된 여주인공이 자신이 관심있었던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게 되는, 그리고 전남편은 그것을 상상조차 못하는 모습에서는 정말 복잡한 생각이 절로 들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의 남녀의 사고 차이와 전통적인 가족제도는 팍팍했던 시대에서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사회와 과학의 발전은 너무 빠르고 그 앞에서 인간의 변화는 참으로 더디기만하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을 보면 남자나 여자나 생각이나 행동에서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변화를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은 사회의 변화를 허부허부 따라가기 바쁘고(따라가려고 노력하면 그나마 다행이고), 그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행복하기 힘든, 다들 불만에만 가득한 모습들도 나타난다. 다들 자기에게 유리한 것에서만 집중하면서 갈등은 사그러들지 않는다. (물론 경제적인 여유는 많은 것들을 상쇄시킬 수 있다....(먼산))
앞으로 세상은 더 빠르게 변화할 예정이다. 과연 그 변화에 사람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조차 되지 않는 요즘이다. 결국 '멋진 신세계'가 인류의 종착지가 되는 것일까...
** 함께 영화를 관람한 나이 많으신 동행분은 여자의 행동에 대해 무척 분개하시는 모습이었다. (아들내외를 투영하시는 듯;;;;) 그 모습을 보면서 세대 차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