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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옮김-홀리데이

라온그리메 2009. 1. 1. 01:10
홀리데이
감독 양윤호, 박성민 (2005 / 한국)
출연 이성재, 최민수, 장세진, 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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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보려고 마음 먹기엔 너무 무거운....
 
 홀리데이를 보고 왔다. 워낙은 무거운 건 싫어서 볼 계획이 없었는데, 보러 갔던 영화의 현장발매에 실패하는 바람에 보게 된 영화라고나...(이미 유명한 영화들은 일행이 본 영화들이었다. 쿨럭)
 지방의 어느 곳에서 교도소를 똑같이 만들어 찍었다는 얘기에 혀를 차고(관광상품? 교도소를?;;;;) 비지스의 'holiday' 사용료가 엄청나다는 이야기에 혀를 차고, cgv사건에 혀를 찼던 영화라 어째 영화 자체보다는 주변에 더 관심을 두었다고나 할까?
내 기억 속의 지강헌 사건은 tv뉴스 속에서 본 것(그것도 9뉴스에서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소리지르던 그 장면)뿐이었고, 그들의 말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다.  인질로 잡혔던 이들의 생각에 그들에게 분노했던 기억이 오히려 더 강렬했달까? 아무튼 '나쁜 인질범들'-그게 내가 가지고 있었던 사전지식이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어떤면에선 상당히 보수적(??)인 사람이라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들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영화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 예가 '실미도'인데, 옆에서 펑펑 울며 본 일행들과는 달리 영화 보는 내내 '분노'했었고, 그여파로 상당히 오랫동안 머리를 가라앉혀야했었다. 뭐랄까-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안보이고, 그 주변부만 지나치게 보인다고 해야할라나?  나쁘게 말하면 삐딱선을 타고 영화를 보는 것이고(주제찾기에 능력이 없다는 거지), 좋게 말하면(?) 너무 영화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인다고나 할까. 특히 이런류의 '재현영화'들을 볼 때는 그것이 지나치게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재현영화는 정말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차라리 다큐멘타리를 보지.;;)
 
 왜 나만 미워해?
 
 '실미도'를 본 경험이 있는터라 눈물잡아 짜는 장면에선 결코 울지 말아주시겠다~라는 각오로 봤는데,(실미도 땐 그런 장면들이 너무 화가 났었기 때문에) 결국엔 울고 말았다. 그들의 최후가 너무 안타까웠달까? 물론 그들의 말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의 주장자체를 감정적으로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말은 너무나 잘 이해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눈물까지 철철 흘리면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오류는 너무 심각하다. 마치 교통딱지를 뗀 후에 교통경찰에게 "왜 나만 잡어? 저기 저 차도 위반하잖아!"라고 말하는 것을 구경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변명없는 무덤이 어디있겠는가? 누구나 '사정'이란 건 있기 마련이다. 그들의 슬픈 외침을 듣기에는 세상에 폐 안끼치고 살아가기 위해 애를 쓰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삶은 너무 버겁기만 하므로.
 
멋진 배우들, 3%아쉬운 것은
 
 배우들의 연기는 멋졌다. 특히 두 주연배우, 정말 멋졌다. 이성재씨의 눈빛연기가 너무 좋았으며, 옆에 있으면 발로 한대 걷어차주고 싶은 느낌을 들게 만든 최민수씨 연기도 좋았다. 특히 최민수씨의 해변가 연기는 정말 인상깊었다.(음.. 최민수씨 연기 몇개만 뽑아본다면 코믹영화가 될 수도;;;) 개성있는 악역과 근사한 주연은 역시 보는 즐거움을 준다.
 조연배우들 연기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별로 마음에 들지않던 초반연기를 보여주던 장경씨의 마지막 연기도 멋졌고,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다들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그들이 너무 '깨끗하다'는 것. 그들의 모습은 어째 운동권 학생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먹물냄새가 너무 풍겼다고 해야할라나? 밑바닥인생을 살아오다 막차를 함께 탄 느낌이 약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주인공이니 말은 다 한셈이지만.(영화의 내용 자체가 그런면을 강조하였으니-)
 
 현실을 보는 다른 눈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영화초반에서 나오는, 88년에는 있지도 않던 타워팰리스가 내려다보는 무허가판자촌이 그 증명이다. 주제부각을 위해 사라진 사건들과 만들어진 인물들도 그러하다.   영화는 만든 사람이 본 세상의 재구성일 뿐이지 현실이 아니다. 하지만 재현영화는 자꾸 그 경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보는 이로 하여금 무엇이 진실인지 아는 것을 어렵게 한다. 특히 영화 속의 사실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다큐멘타리조차 제작자의 의도에 맞춰 편집되고, 뉴스의 사실들도 기자들의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면-그것은 현실을 보는 '다른 눈'으로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눈'이 보는 것을  모두 인식하지는 않는다. 필요에 따라 '선택'할 뿐.
 
 
누구나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는 것은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영화의 전체를 흐르는 '인권'과 '평등'이라는 것이 그럭저럭 이제는 몸에 와 닿기도 한다. 물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아직까지의 현실이긴 해도. ㅡㅡ
 누구나 존중받는 세상은 모든 사람의 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기억해야할 것이다.  존중이라는 것은 상호적인 것이라는 것 말이다.
 
  어쨌거나~~~괜찮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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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씨 몸매 죽이더만요.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는.....쿨럭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