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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옮김-싸움의 기술
라온그리메
2009. 1. 1. 01:11
어제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그래, 보러 가는거야. 보고 싶은 영화는 많았다. '킹콩'도 아직 못봤고, 개봉하기 전부터 눈독 들이던 '왕의 남자'도 있었고, 근사하다는 '퍼햅스 러브'도 있었고, 눈은 즐거울 '청연'도 있었고-. 근데 내가 고른 건 '싸움의 기술'이었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그저 보고 싶었다.
혼자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다는 건 사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별 일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혼자 극장에 가는 건 사람들 사이에서 터부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도 하지. 그런 상황이기때문에 혼자가서 보는 영화를 다른 영화와는 좀 다르게 골라버리고 싶었던 건 심정적인 작은 반항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간에-보러갔다 왔다.
광고가 워낙 잘 되어있는데다가 평도 나쁘진 않아서 기대를 안한 건 아니었는데, 기대하고 본 것치고는 그다지 실망을 많이 안할 수 있었다. 아니, 평들이 너무 정확해서 '딱 기대한만큼 재미있었다'고나 할까?
기대한 게 뭐냐?
만화 '홀리랜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교한 글이 있었다. 왕따소년이 싸움을 배워 멋지게(?) 복수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꽤 많은 사람들이 놀랍게도 쓸만한 기술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하면서 가는 모양이었다. '배울 기술은 없었다'라고 말하는 걸 보면. ㅡㅡ 그리고 그 말은 맞았다. 이 영화는 '홀리랜드'처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그런 영화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오래된 분위기를 풍기며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기만 하는 그런 류의 영화도 아니다. 그저 나무랄데 없이 깔끔한 이야기를 보는, 그런 영화다. 줄거리에 군더더기도 거의 없고, 등장인물들의 연기도 나무랄데가 없다. 영화의 분위기도 역시 그러하다. 아주 특별하게 뛰어나서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건 아니지만, 보는 동안 씹을 거리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행복감을 주는 '잘 만들어진'영화인 것이다.
게다가 주연배우 백윤식의 연기는 어쩌면 그렇게 멋있는지, 약간 졸린듯한, 나른한듯한 목소리와 표정이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광고카피대로 재희라는 배우는 '괜히 괴롭혀 주고 싶은 느낌을 주는 사람'의 모습을 너무 잘 보여준다.(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배우, 처음에 얼핏보고 개그맨 댄서김(김기수)인줄 알았다. 아아아아악~ 돌 날아온다 ^^;;;) 배우들의 깔끔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나 할까?
주인공이 천천히 마음을 열어가며 공포심을 버리는 과정이나, 아버지와 화해하는 과정은 보고 있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광고에 속지는 말자
아까도 말한 것이지만 이 영화, 마케팅을 어디에서 했는지 cf들은 죽여준다. (쿨럭) 너무너무 재미있달까?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코믹하지는 않다. 배를 잡고 웃을 일도 없거니와 '싸움'이라는 것이-남을 때리고 남에게 맞는다는 것이 우스울 일은 결코 아니니 말이다.
그 바닥이 다 그러하듯이 욕이 난무하고, 스스로의 분노를 다스릴 수 없는 슬픈 사람들이 등장하고, 머리 속에 뇌세포대신 기생충만 그득해보이는 사람들도 나올 수 밖에 없는 게 폭력영화다. 아무리 근사하게 포장을 하더라도.
도덕 교과서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 15금이다. 그래서 그런지 상당히 순하게 찍으려고 노력한게 보인다. 주인공들은 다 잘되고, 그들의 폭력은 항상 '정도'를 넘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욕이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폭력'을 소재로 하면서 이정도로 '소프트'할 수 있다는 건, 상당히 신경쓴 덕이 아닐까?(모르지, 나중에 더 찍어 넣은 장면들이-부드러운 뒷처리를 위해-있을지도....있어보임) 하지만 히트맨을 주인공을 삼은 만큼 좀 더 도덕교과서적인 엔딩이 나오기를 기대하였기에 해피엔딩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우울했달까.... 하지만 이건 계몽영화가 아니니 그런 기대는 애시당초 틀린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간에~~ 깔끔(?)하고 재미있는 영화였고, 백윤식씨는 너무 멋진 배우였고, 재희라는 소년은 너무 귀여웠다네~~~~ 스케일은 작지만 귀여운(;;) 영화.
덧글.
인터넷과 중고등학생들이 많은 동네에서 살다보니 그네들이 쓰는 용어에는 이미 익숙해져서인지 영화 속의 욕들엔 그다지 거부감이 안생기는 나를 보며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결코 입으로는 나오지 않지만-그렇다, 나는 욕쟁이인것이다. OTL
덧글2
한가지 의문점. 왜 여권은 2개였을까? 편집된 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잠시 나왔다 사라진 여급(많이 본 여배우였는데;;)의 미스테리. 역시 편집됐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