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루퍼와 캐빈인더우즈-일 없이 비교해보기
이 글에는 두 영화의 결말에 대한 미리니름이 들어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분은 읽지 말아주세요
안전선
남은 캐쉬로 뭘할까~~하다가 받은 루퍼와 캐빈인더우즈. (편단 3500원. 다운 받는 것이 vod보는 것보다 싼 건지 안 싼 건지 모르겠네... dvd빌리는 것보다는 비싼데. 흠.)
먼저 캐빈인더우즈 얘기.
사실 캐빈인더우즈는 굉장히 잔인하다고해서 좀 꺼려졌더랬는데, 사람들이 웃긴영화라고 하고, 워낙 유명한 영화라고 칭찬이 많아서 보게 되었다. 방금 보고 나서 느낀 건데... 요런 류를 몰아봐서 그랬는지 내가 요즘 정상은 아닌 듯.(별로 안 자극적...쿨럭쿨럭...............) 그래도 요즘 영화에서는 등장하지도 못하는 좀비따위에게 쉽게 당하는 등장인물들을 보며 여러 가지 반성은 했다.
최근 같이 보고 있는 애니 '사이코패스'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
"요즘 젊은이들은 스트레스에 내성이 없으니 폭력 충동이나 강박관념의 영향을 받기가 쉽지."
안전한 사회 속에서 시각적인 상상자극만이 강해지고 있어서 폭력에 대한 현실감이 점점 떨어진다고나 할까. 사실 극악상황에서 우리들은 대부분 엑스트라만도 못한 존재일 것이 뻔한데. (만화 '아임어히어로'에서 나오던, "어?", "저게 뭐야?"하다가 죽는-그런 인물들 말이다;;;)
암튼... 별로 안 잔인하게 느껴지는 내가 좀 겁났다. 큼.
참, 고대신이 어쩌고 저쩌고 해서 'great old one'이 생각났는데... 날아다녔던 문어다리가 데이몬이라고 생각한다면 역시 다른 얘기인가보다.
((이 영화 속 괴물들 정리 링크-루리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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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찾아보니 그냥 크라켄이란다;;; 고대신의 모티브는 great old one이 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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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어찌 마무리되나~~궁금했는데... 오호랏? 좀 의욀세?
그리고 루퍼 얘기
꼬마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루퍼. 대충 사전지식 없이 본 이 영화에서 토끼 총각(조셉 고든레빗. 이 레빗Levitt이 rabbit 아니라는 거 알고 있음다;;;) 이 윌리스 할아버지 표정 흉내내는 것에 좀 감명받았다. (음식점에서 잠깐 나왔다) 설정상의 지나친 헛점과 지겨운 평행우주 얘기야 어찌하든지 아무튼 마무리가 기억에 남는 것은 누구나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혀 상관도 없고 장르도 다른 이 생뚱맞은 두 영화를 왜 같이 묶어 놨느냐- 그건 너무나도 상반되는 엔딩 때문이다. (이유가 그제 본 거랑 오늘 본 거라는 것말고도 있다는 거! 따로 쓰기 싫어서 아니라는 거!-궁금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루퍼에서 주인공 토끼총각은 어머니를 잃은 소년과 아내를 잃은 남자의 고통을 느끼며 참담한 순환(loop)을 끊고자 스스로의 가슴을 향해 총을 날린다.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풍부한 감성도 갑작스레 튀어나온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캐빈인더우즈의 마티는 지구의 모두를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희생하지는 않겠다고 결정하고 담배(라기 보단 마리화나?)를 빨며 종말을 맞는다.
우리는 희생의 숭고함에 대해 어릴 때부터 지겹게 교육을 받아왔다. 다른 사람을 위해 참는 것을 미덕이라고, 양보하고 봉사하는 사람을 존경하라고 배워왔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사람들부터 시작하여 자식을 위해 참고 견디는 부모님의 은혜에 나보다 나이 많은 형제까지. 특히 유교문화를 가진-아니 가졌던(;;) 우리 나라의 경우 忠과 孝를 최우선으로 삼았고, 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은 당연히 여기는 경향이 강하였다.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문명은 사람들의 피 위에 만들어진 것이고, 우리는 그것에 대해 감사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배운 것은 '희생 후' 남아있는 자들이 해야할 행동이지만, 은연중에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에는 나 역시 그래야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희생이라는 것은 사실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그들이 슬퍼하고 아파하고 고난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본인의 생각이 옳다고 결정하여 스스로의 선택으로 행동하는 것에야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러한 이타적인 행동을 유발하기 위해 우리는 교육이라는 세뇌를 어릴 때부터 열심히 받고 있다. 하하하;;;;)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해야한다고 강제하는 것은-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에 다름 아니다.
목숨이 걸려있는 큰 희생부터 내 작은 권리를 포기하는(양보하는) 것까지 본인의 자유로운 의지가 발현된 것이라면 그것은 아름다운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아름답게 여기며 감사하고 칭송하여야 한다.
하지만 나와의 이익과 연관된 것이라서, 내가 소중하여서 너는 희생하여야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절대 희생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토끼총각의 행동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건 사실 생명체로서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마티의 행동은 존중받아야할 것이다. 어차피 죽을 건데 너만 죽지 왜 다 같이 죽느냐-그러니까 곱게 죽어라....라는 건 위에서 내내 얘기했지만 폭력일 뿐이니까. 마티 말마따나 '그런 세상이라면 변화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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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을 미덕으로 삼을 만큼 다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사회가 되기를, 남에게 양보와 희생만을 강요하는, 타인의 고통과 피를 당연시 하는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만을 가져볼 뿐이다.
나름 루퍼를 감명깊게 보았는데 레미제라블과 캐빈을 보고 나니 결국 살아남은 놈이 장땡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좀 속이 뒤틀려 써 봤다.
별로 쓸만한 얘기는 아닌 것 같지만... 난 사실 토끼총각의 행동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옳은 것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없으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좋아질 것이라고 믿는 건 솔직히.. 오만이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