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가장 먼저 정복하는 것은 그 주인이다.
"하지만 한가지만은 유념하렴. 결코 잊어선 안되는 한가지! 그걸 잊으면 타락하게 된다. 그걸 잊으면 벌을 받게 되고, 그걸 잊으면 네 소중한 이들을 불행하게 할 거야! 잘 기억해 둬!"
"무엇입니까?"
"힘을 두려워해라."
너무도 시시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힘을 얻는다면, 제가 어째서 그 힘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겁니까. 괜찮아요. 저는 그 힘의 주인이 될테니."
"힘이 가장 먼저 정복하는 것은 그 주인이다. 그것은 네 심장 속의 숨은 야수를 끄집어낸단다. 그것이 풀려나면 가장 먼저 너의 자비, 너의 자제력, 너의 현명함을 먹어치워버린단다. 조심해, 조심하고 조심해. 두려워해. 두려워하고 두려워해. 그걸 잊으면 야수가 되는 거니까!"
"그게 뭐가 두려운 일입니까?"
"야수가 태어나면 사냥하는 자도 태어난다. 네가 강하면 더욱 강한 자가 있다. 네가 자비심을 잊을 때 그들도 자비심을 잊는다. 네가 죄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그들 역시 너를 처단하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그러니 두려워해!"
"강해질 것입니다. 모든 이들이 나를 두려워하도록, 모든 이들이 내 소중한 이들을 모욕하지 못하도록!"
"이 세상이 꼿꼿이 세워진 뿔 같은 것이라면 네 말이 맞다. 네가 그 꼭대기에 올라설 때 그 누구도 너에게 닿지 못할테니. 하지만 세상은 원이란다. 돌고 돌고 또 돌지! 네가 어딘가에 서 있다면, 또 다른 누군가가 비슷한 곳에서 서 있다. 어떤 이는 더 멀리 서 있고도 하고 더 가까이 서 있기도 하지! 다시 한 번 말한다! 힘을 두려워해라! 지배하려 하지 마라!"
-------------------홍염의 성좌5, 아울, 2005, 청어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