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로드 -암울한 미래의 묵시록

2008. 11. 1. 09:02감상일지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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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갑자기 터진 핵폭탄. 세계는 어둠에 덮인다. 그리고 몇년의 세월이 흐른 뒤, 여전히 어두운 하늘, 사라진 태양으로 죽어버린 식물들 속에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잡아먹은 뒤, 먹을 것이 떨어지자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한다.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쫓겨 쫓기며 끔찍한 인생을 이어나간다.
 
 주인공인 '남자'는 핵폭발 바로 이후에 태어난 아들 때문에 아내처럼 속 편히 자살조차 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저 나아질 것을 기대하며 남으로 남으로 이동한다.
 바다를 향해 가는 이들 부자 앞에 나타난 것은 이미 인간이 아닌 사람들. 어린아이를 잡아먹고, 약한 자를 사육하는 끔찍한 이들 뿐이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아들에게 모든 것을 걸고 길을 나아간다. 스스로 병들어 죽어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바다에 가면 나아지리라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그의 아들은 이미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선'을 꿈꾸며 자라나고, '남자'에게 그것을 실천해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남자'는 그러한 요구를 들어줄 수 없고, 그러면서 더욱 죽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몇번의 아사 위기, 살육자들과의 조우. 그래도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바다.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재로 출렁이는 잿빛바다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자'는 숨을 거둔다.


 한마디로 말해 '암울'.
 어릴 때 '그 날 이후'라는 드라마를 해 준 적이 있다. '핵전쟁 이후의 아이들'이라는 책도 본 적이 있고, 이런 류의 이야기는 많이 접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이만큼 암울한 얘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어린 탓도 있었겠지만.
 
 성서에 비견된다
 
는 말에 혹해 읽게 된 책인데... 솔직히 어느 부분이 그런 건지는 알 수 없다. 

 320페이지의 절망, 그리고 단 한 줄의 가장 아름다운 희망.

 이것도 서평인데... 최선을 다하고 하늘에 그 뜻을 보낸다~~란 말인가? 하기사 아들이 죽지 않게 되었으므로, 자신의 '선'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으므로 그리 볼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정말? 그것이 '희망'일까? 가끔 사람들은 세상의 나쁜 것들을 담아둔 상자에 희망도 함께 담겨져있었다는 것을 잊는듯하다. 

 ...... 뭐, 서평이야 읽는 사람 마음대로니까.

 내용의 암울함과 충격성이야 어쨌든.... 끝내주는 묘사력이 멋진 책이었다. 번역을 잘 한 건지, 작가의 실력이 좋은 건지, 둘이 상승작용을 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입 안이  텁텁해져오고, 숨이 막히는 듯한 잿빛세상을 표현한 묘사들은 정말이지.... 멋졌다.

 남자는 깜깜한 숲에서 잠을 깼다. 밤의 한기를 느끼자 손을 뻗어 옆에서 자는 아이를 더듬었다. 밤은 어둠 이상으로 어두웄고, 낮도 하루가 다르게 잿빛이 짙어졌다. 차가운 녹내장이 시작되어 세상을 침침하게 지워가는 것 같았다. 아이가 귀중한 숨을 한 번 쉴 때마다 그의 손도 덩달아 가볍게 오르내렸따. 그는 비닐방수포를 밀어내고 냄새나는 가운과 담요를 두른 채 몸을 일으켰다. (중략)
 종유석이 커튼처럼 얇게 덮인 축축한 벽 위로 손전등 불빛이 춤을 추었다. 화강암으로 빚은 짐승이 삼키는 바람에 내장속에서 길을 잃은 동화 속 순례자들 같았다. 굴뚝 같은 깊은 돌구멍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며 노래를 했다. 정적 속에서 종을 치듯 지구의 분, 지구의 시간과 날을, 해(年)를 쉼 없이 헤아리고 있었다. 마침내 그들은 돌로 이루어진 큰 방에 이르렀다.(중략) 호수 건너편에서 어떤 생물이 둑 모양의 돌로 둘러싸인 웅덩이에서 물이 뚝뚝 듣는 입을 들어올리더니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거미알 같은 희끄무레한 눈으로 빛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첫부분이다.... 흠.... 


 음... 너무 암울하지만 않았다면 소장해도 좋았을 책.(이런 생각으로 샀던 '향수'는 바로 팔아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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