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2009. 7. 13. 00:39감상일지도../소설

아내가 결혼했다(제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현욱 (문이당,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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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 유명해진 소설. 별 관심 없어 영화도 보지 않았는데 어쩌다가 책을 읽게 되었다. 

 
아내가 결혼했다
감독 정윤수 (2008 / 한국)
출연 손예진, 김주혁, 주상욱, 김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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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쾌활하고 속궁합, 겉궁합 다 잘 맞지만 성적인 면으로서는 자유주의자인 여자를 아내로 맞은 남자. 주말부부로 살던 어느날 여자는 말한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

  이혼하기에는 너무 사랑하는 여자.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당황스러운 현실. 남자는 결국 아내의 중혼을 용납한다. 여자는 아이를 낳은 후 두집살림을 합치기를 요구한다.

 사실 이야기를 읽은 이유는 도대체 끝이 어찌 되는가 궁금해서였다. 현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니까 어떻게 마무리를 짓나~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해외로 이민을 가자~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결혼제도라는 것이 현재처럼 성립된 것은 긴 인류 역사를 볼 때 얼마 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의 결혼제도는 '현재'의 사회를 유지존립시키는 가장 큰 토대 중에 하나이므로 사회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압력과 금기를 설정하고 그것을 종용한다. 

  그래서 여자와 그의 두번째 남편 역시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생물학적, 역사학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많은 연구를 한다.  왜? 그래야만 스스로가 정당화될 수 있으니까.

 주인공 역시 같은 일을 한다.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민하지만 결국 내린 결론은 '그래도 좋은 걸 어떻게 해.'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쉬운 설정을 가지고 있다. 먼 시댁, 먼 친정.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고 말할 정도인 주인공들. 그래서 그들의 행동은 그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나름 판타지라면 판타지랄까....?


 나에게 결혼제도에 대해 처음으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해주었던 소설은 15년도 전에 읽은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라는sf소설이었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로버트 A. 하인라인 (황금가지,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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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배지가 되어 여성의 수가 극히 적은 '달'이라는 좁은 사회안에서 사람들은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하여 다부다처제를 만들어낸다. 유교학자들이 보면 개호로잡놈이라고 온갖 욕을 갖다퍼부을 것이 뻔한 상황이나, 그 사회에서는 그게 맞다. 왜냐구? 그래야지만 사회가 존속이 되니까.

 일부일처제도 마찬가지다. '기존'사회의 유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이었다. 많은 수의 남자가 결혼을 하여(결혼하지 못한 남자가 많아지는 사회는 매우 위험하고 불안한 사회가 될 수 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전쟁이 필요해지는;;;;) 자신의 자식이 확실한 아이를 부양하는 사회. 그것이 근현대의 사회이다. 옛아랍권에서 그들의 사회를 유지시키려 전쟁과부를 위한 일부다처제를 주창하였듯이. (못사는 나라일수록 여아탄생비율이 높다고 하니-오늘 본 뉴스든가?-더욱더 그렇겠지) 그래서 여자의 결정은 현 사회에 반하는 것이 될 수 밖에 없으며, 사회적인 지탄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렇게 지탄할 사람들은 왜 자신이 그렇게 분개하고 어이없어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애도.

 하지만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가부장제가 무너지듯이 현 결혼제도도 슬슬 무너지기는 할 듯도 하다. 이미 서양에서는 '결혼'보다 '동거'를 택하는 비율이 커지고 있다고 하니까. (그래도 결혼쪽이 많기야 많겠지만)

 문제는..... 일부다처제이든, 일처다부제이든, 다부다처제이든간에.... 일부일처라는 기존 제도가 무너질 경우 과연 사람들은 행복해지겠는가~이다. 다부 혹은 다처라는 것은 '비교'의 대상이 생기는 것이며, 비교란 결국 사람에게는 불행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이야기 속에서야 여자가 잘나서 두집 살림을 깜찍하게도 유지해나가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사실 우습기도 하다. 두집 살림을 하면서 두집의 '마누라-나가서 돈벌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요리하고, 설겆이하고'역할을 한다는 게. 뭐, 남편 구워삶느라 그런 것이었지만) 물론 '일부일처제가 아니면 불행한거야'라고 배우고 자라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다처제가 일상이었던 과거, 어머니들은 과연 행복했는가?

 이야기는 시종일관 '당하는'남자의 입장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여자가 어떻게 자랐길래, 어떤 생각을 하길래, 어떤 경험을 했길래 그런 선택을 하였는지 혹은  두번째 남자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남자인지 독자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름 조부와 부친의 상처를 가지고 '그 죄를 내가 받는다'라고 현재를 자조적으로 보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들의 논리에 우습게 빠져들어가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위험!)
 이야기 속의 남자들은 여자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하며 '그녀만 있어도 난 행복해'에 집중하려 노력하며 다른 건 다 안보려고 하니 이야기가 진행되지만서도. 게다가 이야기 속의 다양한 결혼생활 얘기들은 '일부일처제로 살아도 꼭 행복한 것만은 아니더라'를 계속 읽는 사람에게 세뇌시킨다. (실제적으로 그들이 겪는 심적인 갈등과 고통보다는 그 '여자'와 '가족의 존립'이 그들에게는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야기 속에서 이미 언급되었듯이 일부일처제를 제외한 다른 결혼제도는 훨씬 깨지기가 쉬울 수 밖에 없으므로 뒷 얘기가 어찌 진행되었을지는 ............. 아마 다음 이야기의 제목은 '아내가 이혼했다'가 되려나?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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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론... 일부일처제도, 일처다부제도, 일부다처제도, 다부다처제도 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단은 일부일처제가 현 사회에 가장 맞는 것임은 인정할 수 밖에.... (모르긴 몰라도 일부다처제가 되면 여자구경하기 힘들어지는 족속들이 늘어나 결국 일처다부제-옛날 중국처럼-가 되는 곳이 생길 것이 분명하며... 그 와중에 어느 경우에나 사회적인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는 대부분의 여성들은-그리고 남성들은- 불행할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현재의 결혼제도에 반한다고 해서 싸잡아 비난하며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고 드는 것은 반대다. 사회 존속에 문제가 된다고는 해도 그런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현 사회가 그 끝을 보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출산율 저하로 인류가 멸망한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것이므로;;;; 이런 얘기하면... 반사회주의자가 되는 건가? 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