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폭설, 센티넬가이드버스 세계관의 매력

2015. 6. 19. 10:26감상일지도../소설

1. 들어가며

 

모 사이트에 지나치게 오래 기생을 하다보니 결국 상당부분에서 뻔한 로맨스소설에 지치게 되었고.. 그래서 눈길이 가게 된 것은 bl. 그러나 그것도 한 때이다보니 처음엔 절대 손대지 않을 것 같았던 오메가버스를 보게 되었고, 입맛에 맞는 것을 더 찾다보니 센티넬버스 작품들에 쏙 빠지게 되었다. (흔하지는 않지만) 요즘엔 폭설(조아라, tropicalarmpit, 모르고 읽었는데 알고 보니 기담항설 작가분;;)에 푹 빠진 중... 그래서 오메가버스랑 센티넬버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다.

 

 

오메가버스란? https://namu.wiki/w/%EC%98%A4%EB%A9%94%EA%B0%80%EB%B2%84%EC%8A%A4

오메가버스, 센티넬버스, 네임버스에 대한 설명 http://maboss0306.ivyro.net/xe/board_xojw54/2375

 

 

읽으시는 분께

1) 글을 쓴 사람이 장르소설을 접한 순서가 sf-호러-판타지-무협-로맨스-bl이라는 것을 고려하며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전문용어(????)가 난무합니다.

3) bl이라는 장르에 거부감을 느끼신다면 읽지 마세요.

 

 

센티넬가이드버스 작품인 '폭설'

http://www.joara.com/romancebl/view/book_intro.html?book_code=991615

 

 

2. 내가 센티넬버스로 넘어가게 된 사연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에서 나오는 갈등은 끽해야 신분, 인종, 국적 등의 한계를 지니고 있고, 그 마무리는 거의 결혼, 임신, 출산, 해피엔딩으로 가는 뻔한 스토리를 밟는다. (그 과정에서 여성은 주로 수동적인 역할을 맡는다.) 읽다보면 내 취향에는 질리는 면이 많았다. 특히 역하렘은 어지간한 작품이 아니면 진짜 취향이 아니라서;;;

 

그렇게 넘어온 bl은 커플관계의 스펙트럼이 일반 로맨스소설보다 매우 다양하였고, 로맨스 소설(이성 소설???)의 장점을 포함하면서도 덜 지루한 편이었다(라고는 하지만 요즘엔 또 거기서 거기임;;;). 게다가 놀랍게도 굉장한 필력을 가진 작가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양판소용 작품들이랑 비교가 민망할 정도)

하지만 장르가 장르인만큼 쉽게 성적인 폭력이 포함되는데... 로맨스보다야 이성(異性)의 입장에서 객관화(???)하기는 쉬운 편이었으나 솔직히 아무리 그래도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 그럴 때 보게 된 것은 알파오메가버스였다.

 

그러나 오메가버스는 설정자체에서부터 성적인 부분을 염두에 둔 작품들이라 (발정기의 존재) 상당히 과격한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런 까닭에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면이 많았다.(누가 생각해낸 것인지 정말 대단하다... 성적인 폭력에 생리적인 작용을 들이대며 당위성을 부여해버리다니.) 해서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라고 쓰기는 하지만 열심히 읽는다. 잉?)

 

그러다가 접하게 된 센티넬 가이드버스는 상당히 신선한 설정이었다.

(게다가 처음 접한 센티넬 작품이 이성애작품이라서 (어느 센티넬과 가이드의 이야기, (http://www.joara.com/finish/view/book_intro.html?book_code=868708) )좀 더 접근이 쉽기도 했다. )

 

3. 센티넬버스와 오메가버스

 

해서.. 계속 찾아보게 되었는데... 보다보니 어째 오메가버스와 센티넬버스의 공통점을 느끼게 되었다. 오메가버스의 단점과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센티넬버스라고 느껴진달까.

 

일단 각 세계관을 느낀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오메가버스는 능력자이며 세계를 지배하는 알파와 종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오메가가 주인공들이 된다. (가끔 베타가 주인공인 게 없지는 않음) '종속적'이라는 말이 당연한 만큼 경제적, 사회적으로 오메가들의 대접은 상당히 낮으며(불가촉천민에 가까운 작품들도 많다), 알파와 오메가의 관계의 시작은 거의 발정에 의한 생리적인 작용-성적인 폭력이 된다. (나중에야 사랑이 되건 말건)

오메가버스의 특성상 오메가는 '임신수'가 되고, 그런 면에 있어서 오메가버스는 현실에서의 여성성을 (안 좋은 쪽으로) 상당히 반영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암튼 이러한 오메가버스에서 알파의 초인적인 능력을 좀 더 부각시키고, 가이드가 존재하지 않는 센티넬의 폭주라는 것으로 수동성에도 당위성을 부여하며 오메가와 알파와의 관계와는 다르게 입장을 역전시킨(센티넬버스에서는 능력을 가진 센티넬이 가이드에 의해 생사가 결정되며, 감정적으로 의존한다) 센티넬버스가 (나한테) 등장한다. 입맛이 동하는 건 당연한 얘기..킁;;

 

각인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오메가버스에서도 연애라인을 형성하기는 한다. (하지만 오메가버스나 센티넬버스나 작가가 입맛대로 설정 조정이 가능해서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질질 끌려다니는 오메가들의 처연함(?)이랄지 일대다수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부담스러웠는데, 센티넬버스는 그 부담을 한 결 덜어주는 면이 있다.(기본적으로 1:1관계 형성)

 

그러나 둘 다 bl을 위한 설정이라고 보여지는 부분이 많은만큼 관계에서의 폭력성은 나타나는 편이고, 둘 다 사회적인 면에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가이드와 오메가는 인물간의 갈등보다 무거운 사회의 편견(이라기보단 일방적인 이지메;;;수준) 앞에 무너지기 십상이다.

 

갈등이 없는 것은 이야기가 될 수 없으나 두 설정모두 '사회의 인식'이라는 면에서 생득적인 약자의 입장을 가지게 되는 오메가와 가이드는 참으로 가련할 노릇이다.

 

4. 폭설의 재미

 

(이 작품은 아직 진행중인 소설이므로 나중에 어떤 결말을 가질지 알 수 없다)

 

소설 폭설은 센티넬가이드버스가 가진 매력을 한 껏 살린 소설이다. 특히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인물간의 갈등을 한껏 부각시켰다. 오메가버스의 알파들이 사회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센티넬버스의 센티넬들은 국가적인 측면에서 효용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호되는 것으로 설정된다. 따라서 국가권력 앞에서 개인이 겪을 수 밖에 없는 가이드의 분노와 좌절이 잘 드러난다. (센티넬과의 관계에서 가이드가 느낄 수 밖에 없는 좌절 역시 마찬가지) 또 가이드와 그 가족의 관계, 센티널과 그 가족, 가이드들간의 관계도 다루고 있다. 가이드 보호소의 이야기는 설정에 현실성을 부여하였다.

 

사회 속에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가이드의 심리적 갈등을 잘 표현하고 있어서, 읽는 동안 몰입하기 좋다.  게다가 멀티가이드란 개념을 도입하여 일공일수의 한계(앗, 전문용어 나온다..ㅠㅠ)를 극복하였다. 개아가공(앗, 또 전문용어가;;;)을 대신할 벤츠공(나는 일단 라이너루트임. 후회공따위 꺼져버려)과의 달달함을 선사한다. 네임버스가 떠오르는 각인시스템 역시 흥미를 더해준다.

 상당한 필력을 가진 작가분의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이러저런 이유로 요즘은 이 소설 기다리는 재미로 지내는 중이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bl작품들을 접하면서 사실 아쉬움이 참 많다.

'남과여'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bl의 관계들은 순수한 동성애자들의 시각이라기보다는 이야기자체를 객체화하기 위한 여성들의 꼼수이지만, 이야기를 떠나서 현실로 돌아오면 더 허망함을 가지게 된다. (이성애인 남자들이 gl를 보는 거랑 같은 이유겠지) '性'이라는 것을 떠나서 인격대 인격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에는 이성애 이야기들은 설정상의 한계가 너무 극명하기 때문이다. (신체적인 면을 빼고 사회적인 면에서도)

작은 발 덕분에 왕비가 되는 신데렐라와 사고쳐도 뒷수습해주는 남자가 존재하는 백설공주에서 벗어나기 위한 bl스토리들. (ㅍㄹ노 목적인 것은 제외)여주인공이 먼치킨이 되지 않으면 동등하기 힘든 현실.그런 상황에서 bl이라는 장르에 더욱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사용되는 오메가버스와 센티넬버스, 그리고 다른 버스들.  우스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옛동화들(로맨스)의 범주를 그들조차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

 

그런 bl전용 설정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여 씁쓸한 것은 나만의 생각인 것일까...(라고 bl매니아가 지껄이네요.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