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한밤의 무서운 이야기

2008. 12. 30. 13:36감상일지도../만화

독특한 매력에 빠진다.-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차마 손이 가지 않았던 그 두 권의 책

   
 
   처음 시오리, 시미코 시리즈를 보게 된 것은 이토 준지 전집을 대하면서였다. 까만색의 특이한 표지로 눈길을 끌었던 그의 책 사이로 특이한 제목이 보였던 것이다.
  '살아있는 목'.
   특이한 제목에 이끌려 뽑아본 책은 어쩐지 상당히 오래된 만화로 보였고, 촌스러웠으며 표지는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책은 다시 책장에 꽂히고 말았다.(그땐 다른 책들처럼 이토준지 후광을 이용하려고 나온 아류작으로 밖엔 안보였다)
  이토 준지 시리즈를 탐독하고 다음 시리즈가 나올 때까지 공포물을 찾아헤매다가(그당시 재미있게 보던 것이 정식 출간된 귀절도 시리즈-맨처음 해적판으로 나왔을 땐 덜덜 떨면서 봤었는데...ㅡㅡ;;;) 결국 뽑아들게 된 '파란 말'과 '살아있는 목'. 그 느낌이라는 건 읽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요괴비슷한 것들과 뒤범벅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에선 '백귀야행'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르다고나 할까? 전혀 동떨어진 세상의 동화같은 이야기-인데 참으로 괴기스러웠던 것이다.  우스운 것은 괴기스러우면서도 전혀 끔찍해서 진저리가 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것. '살아있는 목'에서 떠올렸던 충격적인 제목에서 기대하는 스플래터식의 공포물이 아니었다.
 
 간단하게 '살아있는 목' 에피소드만을 이야기하자면-상당히 생뚱한 소녀인 시오리는 우연히 토막난 시체의 머리를 보고 집으로 들고온다. 그리고 친구인 시미코의 도움으로 그 머리를 키우다 강으로 돌려(?) 보낸다....는 줄거리. 줄거리만 봐도 그렇지만 읽다보면 '허허헛'웃음이 나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마을을 돌아다니는 작은 요괴들과 그것들을 먹는 사람들(조림을 만든다;;;). 보통사람들과 요괴들이 뒤섞여 누가 누군지 구별도 되질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그러한 요괴들의 모습이 사람들의 모습과 그렇게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는 것.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보다가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아이들을 입안에 감춰버리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특히 더욱 그런 느낌을 강하게 준다. 그렇게 괴상한 마을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두 소녀는 그런 사건들을 겪어 나간다. 그리고-워낙 덤덤하게 받아들이던 소녀들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더욱 모든 것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독자도 그렇게 된다. ㅡㅡ;;;)
 

 
 그리고 곧이어 출간된 '살육시집'. 참으로 섬뜩한 제목이지만 내용은 유쾌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이 책에 나오는 서점 유령 퇴치법은 정말이지 사람을 데굴데굴 구르게 만들었고, 그 특이한 세계관에 점점 익숙해져가는 나는 결국(;;) 다음 권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좀더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면서 놀랍게도(!) 이 작품이 70년대나 60년대가 아닌, 최근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참 뒤에 출간된 것이 '밤의 물고기'. 여전히 재미있었다. 그리고 더이상 나오는 책이 없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책방에서 새 책을 발견했다. '무언가 마을로 찾아온다'라는 새 이야기를.(인터넷에 아직 책 사진이 올라온 게 없다...;;;)
 너무 오래간만에 읽어서인지 요괴(?)와 결혼해서 살고 있는 작가 단이치나 그의 딸 쿠트르의 이미지만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역시 초반부에선 쉽게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주인공인 두 소녀가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게 나온 것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마을의 7대불가사의를 찾아다니는 기자에게 확인 스탬프를 찍어주며 뜯어낸 '삥'(?)을 나눠갖는 요괴들의 모습에 '역시^^~'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요괴들은 기괴하지만 사람들이나 다를 바 없었고, 두 소녀 역시 참으로 덤덤하게 여러 가지 사건들을 해결해 나갔다.(하지만 그 과정을 이토준지가 그렸다면 끔찍해서 보지 못하지 않았을까?)
 
계속 끌어당기는 매력의 근원은?
 
 맨 처음 이 시리즈가 그토록 촌스럽고 오래된 것처럼 보인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스크린톤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 요즘 만화에서 보이는 화려한 펜선이나 극적인 화면 전환이나 구도, 캐릭터성 넘치는 귀여운 등장인물들도 없다. 컴퓨터로 그리는 그림? 전혀 먼 세상 얘기처럼 들리게 한다. 마치 처음으로 출간한-그것도 사비로-습작만화가의 작품처럼 어떻게 보면 조잡해 보이기까지 한다.요괴들자체도 뭉개진 모습으로 나와 공포심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그런 탓에 잘린 머리를 키우는 소녀의 이야기를 참고 읽을 수 있는 것이겠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작품이 계속 출간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까?  물론 그러한 그림이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하는 재기넘치는 이야기 탓이겠지만 말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적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의 팬들이 상당히 많은 모양이다. 눈을 홀리는 특수효과와 화려함, 아기자기함, 귀여움 속에서 오히려 이야기 자체의 매력으로 빛을 발하는 작품이 바로 이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고, 기괴하고 특이하며 재미있는 것을 원하는 사람이라면-그리고 비위가 어느 정도 강한 사람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주요등장인물
얌전해 보이지만 겁이 전혀 없는 상당한(;;) 소녀 시오리
고서점집 딸 시미코. 아는 것이 많아 동네의 해결사 노릇(?)을 한다.
굉장히 큰 머리의 요괴와 함께 사는 공포작가 단이치
엄마를 닮아 상당히 특이(;;)한 단이치의 딸 쿠트르
*위의 캐릭터 그림들은 http://ocean333.com.ne.kr/html/cartoonf/comic_19.htm 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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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한밤의 무서운 이야기'가 출간되었길래 예전에 쓴 글을 퍼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