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e를 기억하십니까?
초등학교 5학년의 봄. 하교 후 집에 돌아와 방문을 열었을 때, 약간은 어둑한 방안 한켠 책장에 가득 꽂힌 88권의 책을 보았을 때의 그 기분을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가끔 신문지에 광고지로 끼어오던 책제목들을 보며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왔었으니까. 제일 먼저 집어 든 것은 '어머니는 마녀가 아니에요.' 서늘했던 방바닥에 누워서 그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꽤나 오랫동안 나는 abe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빨간색 계몽사 어린이 문학전집 60권(맞나?)을 밀어내고 책장을 차지했던 abe는 몇년을 그렇게 책장을 지키다가 친척집으로 옮겨졌다. (물론 그 집에선 그다지 환영을 받지는 못한 듯하다) 친구 중에 이 88권의 제목과 작가를 줄줄 외는 아이가 있었을..
2010.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