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그들은 꼭 전후(戰後)만을 말한다-빌리 뱃

2010. 11. 27. 10:44감상일지도../만화


빌리뱃.2
카테고리 만화 > 드라마
지은이 우라사와 나오키 (학산문화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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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툭 까놓고 얘기하자. 천재 유교수의 생활 때도 그랬고, 반딧불의 묘때도 그랬지만 일본만화에서 전후가 나오는 것을 보면 기분이 무척 더럽다.  종전이후 패전국의 상황이란 뻔한 것인데 어째 읽노라면 '원인'이 실종된 '결과'만이 보이는 것 같기 때문이다.

 태평양전쟁... 왜 생겼는가? 왜 졌는가? 전쟁의 준비와 그 과정에서 일제가 무엇을 하였는가? 안타깝게도 그런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제'를 위한 '생략' 속에 포함되어 무척이나 오래된, 세상을 잘 모르는 전후세대에게는 "불쌍하다"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만 한다. 일본만화가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꽤나 끼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불쾌해질 수 밖에 없다. (솔직히 반일교육을 투철하게 받으며 자란 한국인으로서 패전 후 일본을 보면서 '꼬시다'라는 생각을 갖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비록 내가 일본만화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학창시절 같은 반 급우에게 끔찍한 소리를 들었던 일본(만화)빠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게다가 더욱 '욱'하게 만든 것이 "바다 건너에서 전쟁이 일어나 일본은 곧 잘사는 나라가 될 것이다"라는 대사였는데... 그 바다 건너가 우리나라이고 전쟁이 6.25라고 생각하면 이마에 핏줄이 설 노릇이다.(요즘같은 상황에선 더욱 더) -물론 베트남전으로 우리나라가 일어선 걸 생각하면 욕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젠장

 사실 그냥 이야기로서 쉽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자체가 무척이나 슬프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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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라사와 나오키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다. 사실 나는 '해피' 같은 초기 작품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마스터 키튼이나 몬스터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20세기 소년은 읽다 포기했고, 플루토는 그럭저럭 읽었달까. 뭐, 데스노트도 읽다 만 것을 생각하면 이야기들이 뒤로 갈수록 무거워서 싫어하게 되었는지도...;;;

 스토리 작가가 따로 있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작가의 작품이 내 취향에서 점점 벗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어보인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 작품이 쐐기를 박은지도....(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