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더 폴 ㅡ 시간이 입힌 추억보정

2025. 2. 4. 21:53감상일지도../영화

더 폴이 재개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0년이나 전에 개봉했던 영화. 한참 사진 찍고 돌아다닐 때라 더 열광하며 봤었지만 실제로 극장에 가지는 않았었다. 작은 화면으로 봤던 것이 아쉬웠던 터라 이번에 개봉한다기에 오랜만에 극장에 가보았다.


내 기억 속의 영화는 아름다운 화면과 처음 보는 장소들로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다시 본 영화는 나의 기대나 기억과는 조금 많이 달랐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투덜거리는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본 영화와 그들이 본 영화의 차이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던 화면들은 의외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것은 컴퓨터 그래픽과 드론샷이 일상화된 요즘의 영상들의 나도 익숙해졌기 때문이겠지. 엄청난 준비와 공이 들었을 그 멋진 화면들은 이제는 상상력과 돈만 있으면 생각보다 쉽게 만들 수 있는 그런 것들이 되었다. 6시 내고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이제는 너무 흔한 것이 되어버린 드론샷들.
여전히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익숙해져버린 것들은 그 신비로움과 경이를 이제는 잃어버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어리고 예쁜 리 페이스의 얼굴과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역배우의 모습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내 기억 속에 미화되고 변형되어 기록되어 있었던 그 화면들은 이제는 시간 속에서 정말 솔직히 흔하고 좀 초라해져 보였다.

그래서 화면보다 스토리에 좀 더 집중하려고 했는데 스토리가 워낙 평면적이기도 하고 깊이는 사실 많이 없어서...
어린아이 손이라도 빌려 세상을 떠나고 싶은 절망과 세상에 아비를 잃고 그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얘기가 그리 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미지와 상상력의 과잉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앞뒤없는 상황에서 접한, 100년전도 아닌 10년 전 영화라 더 실망스러우려나.

...남이 어떻게 보건 뭔 상관이람.
그래도 극장에서 한다는 걸 알고도 안 보러 갔다면 나중에 후회를 했을 거 같다. 잘 보고 왔다.

"월터.."에 이어 재개봉으로 관람한 두번째 영화.
월터 때와 다른 건 스토리의 몰입도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