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life-막장이라면 막장. 하지만 현실은 더 막장
2011. 8. 21. 02:00ㆍ감상일지도../만화
이 만화는 처음 출간될 당시 5권정도까지 보다가 충격적이기도 하고 혈압오르기도 해서 보다가 말았던 작품이다. 스트레스를 '자해'로 푼다는 것 자체가 그당시의 나에게는 상당히 생경스러운 일이었고 끔찍했기 때문이었기도 하고, 막장이라면 막장을 달려가는 아이들의 행동에 너무 혈압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오늘 몰아서 마지막까지 봤는데(완결된 상태에서 몰아보지 않았다면 또 보다가 열받아서 관뒀을지도) 얘네들의 행동은 날이 가면 갈수록 더해지면 더해졌지 약해지지는 않았기때문에 그당시에 잘 한 선택이었구나...싶었다.
어느 사회에서나 스트레스는 존재하기 마련이고,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쉬운 방법은 주변의 약자를 괴롭히는 일인듯하다. 일본에서 이지메가 가장 먼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은 그만큼 사회가 경직되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만한 상황이 되지 않기 때문이겠지. 산업화된 경쟁사회에서 미성년자들이 살아가는 것이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란 뜻일 것이다. (물론 어느 나라에나, 어느 시대에나 정도만 달랐지 왕따문화는 존재하였다. 정도의 문제이지;;; 예전에는 신분제라는 것으로 그것을 덮었을 뿐)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약한'상대를 골라 괴롭히고, 주변의 인물들은 처음에는 재미로, 그리고 권력에 굴복하며 거기에 따르고.... 최악의 상황에서 다시 약자끼리 힘을 모아 '역습'을 감행하고.... 이건 뻔한 수순인 듯 하다. 실제로도 많이 보았고.(민주주의 역사의 변화 또한 비슷한 것일까?.... 음... 아니구나... 민주주의는 오히려 권력에의 탐욕(;;)으로 발전(?)된 것인지도....)
우리나라도 '왕따'에서 '이지메'로 변하는 사건들이 가끔 보이고 있다. 무시하고 없는 사람 취급하는 왕따와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이지메는 큰 차이가 있을터인데, 왜 자꾸 나쁜 쪽으로 가는 건지. 에휴...(그만큼 사회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것이겠지)
완결 후기에서 왜 이 작품을 썼냐는 질문에 대한 작가의 대답이 꽤 기억에 남는다. 이전 작품에서 작가는 꿈을 가지고 이지메를 극복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후 독자들에게서 받은 편지 중에 "나는 꿈이 없어서 공감을 못하겠다"는 것이 있었고, 그래서 옹골차고 특별하지는 못하지만 바닥에서 치고 올라오는 강한 주인공이 나오는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작품에서는 이지메의 원인을 현상유지에의 공포라고 말하고 있다. 학교의 이름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한 어른들의 모습, 이것 또한 '현상유지'를 해야한다는 공포에서 비롯된 것이고, 아이들의 문제를 외면하는 가족의 모습 또한 그러하다. 뭐, 아이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을테고.('남'이 피해자가 되는 것을 유지시키고 '나'를 보호하고자 하는)
어른들이 학교의 왕따, 이지메에 많이 걱정하는 것은 학교라는 곳이 가지고 있는 의미때문일 것이다. 안전한 장소에서 안전하고 검증된 방법으로 올바르고 건전한 성인을 만들어가는 곳이 학교일텐데 오히려 그 반대가 되고 있는 것이 요즘이니까.(학교의 사회학적 의미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말들이 많지만.... 일단 긍정적이고 원론적인 의미는 그렇다고 본다....물론 배움보다는 평가 자체가 학교의 목표가 되고 있는 요즘엔 그게 맞는지 자신이 없...;;;;)
게다가 학교라는 곳은 벗어날 수 없는 곳이니...사실 억척스럽게 다시 학교로 돌아가려는 주인공을 보면서 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어른의 눈으로 보아서일까? 차라리 때려치우고 검정고시 보면 되잖아...싶은 게.... 흐음...
얼마전 크게 대두되었던 군대에서의 왕따문제 역시 '벗어날 수 없는 곳'이라는 점에서 학교와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극에서 극으로 치달아가며 이야기는 해결될 듯 하다가 해결되지 않았고(막장의 막장의 막장...), 결국 가해자의 몰락으로까지 가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가해자의 개과천선은.... 만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 (동급생을 죽이고도 '좋은 경험했다'라는 글을 쓰는 것이 현실이니까.... ) 그래도 그래서 시원하다.... 어른들의 작태를 보다 못한 가해자가 "차라리 내가 벌을 받고 말겠다"라는 말을 하다니. 그 말을 따라 실제로 신고하는 주인공의 모습도 좀 놀랍기는 했다. 하기사 그렇게라도 일이 마무리가 되어야하는 것이겠지.
만화이기에 너무 극단적이다...라고 말하기에는 현실이 그다지 녹록하지 않은 것은 불편하고 슬픈 일이다. 현실에서 주인공의 곁을 지켜줄 사람은 오히려 없을테니. 하지만 너나 할 것이 없이 모두가 이지메의 가해자임을 인정하는 건 만화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바람직한(?????) 결말이며 허구의 미덕일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 종교에서도 천국조차 그 등급이 있다고들 하지 않는가. (난 그래서 종교가 싫다)
너무 약하기에 사회를 이루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들. 사람은 보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만 본다는 말은 어쩌면 어른들에게 딱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이겨낸 주인공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보는 내가 열받아 쓰러질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잔머리 굴림의 대가인 가해자 미나미.... 슬프지만 현실이었다면 승자는 네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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