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베르세르크

2011. 12. 15. 22:25감상일지도../만화


<뭐, 뭐냐, 이 아저씨 그리피스는!!!!!!>


갑자기 웬 일로 필이 꽂혀서 그간 통 손을 댈 생각을 안하던 베르세르크를 읽었다. 참으로 징글징글하게 오래도 연재하고 있는 이 만화... 벌써 36권이란다.(33권까지 읽음)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기간만해도 근 10년을 훌쩍 뛰어넘는다;;;;

 어린시절(??) 받아들이기 힘들만큼 폭력적인 내용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이 작가의 다른 작품-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중국으로 가 징기즈칸이 되었다나..;;; 뭐 그런류였음-을 보고 정나미가 떨어져서 끊었더랬는데.... 폭력성에 가려진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정도는 이제 되었나보다. (워낙 요즘 영화니 소설이니 만화니 다들 그렇고 그런탓이겠지;;;아, 내 취향이 더 이상해져버린 탓일까?)

 예전에 읽을 땐 가츠의 불쌍한 팔자만 눈에 보인 듯한데, 요번에 읽으니 어째 어처구니 없는 인물로만 보여지던 그리피스가 자꾸 눈에 밟혔다.

 사람들은 쉽게 우상을 만들고 거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버리곤 한다. 물론 그다지 건전하지 못한 사고방식을 가진 탓에 '사람'을 그렇게 믿어버리는 것은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좀 많이 힘들기는 하지만서도.....(기본적으로 그런 이유로 나는 비종교론자이기도 하다;;; 무신론자하고는 약간 다르게;;;)  불을 향해 날아드는 불나방같은 사람들이 많은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왕은 피를 마시고 눈물을 마신다는 게 문득문득 생각났는데(피마새, 눈마새....솔직히 내용은 다 까먹음...제목만 기억하고 있을 뿐;;)  내 눈물을 마셔 주었으니 내 피를 마시는 것쯤은 참아줄 수 있다는 걸까?

 역사 속에 수많은 우상들과 그 우상들이 인간이기에 스러져갈 수 밖에 없었던 것들을 생각하면, 사람이란 참 약하구나...참 역사에서 배우질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뭐, 장황하게 썼는데.... 그리피스를 욕만 할 건 아니다~~란 얘기. ..... 맞나?

 참으로 슬픈 운명에서 버둥거려야하는 등장인물들의 처절한 팔자를 생각하면야 미워하는 게 맞겠지만, 어차피 인간은 이기적이니까. 그래서 자신의 꿈을 쫒아가는 그리피스를 좋아했던 거 아닌가? 응? 아니라구? 그럼 말구.

 가뭄에 콩나듯이 나오는 탓에 앞권 내용 다 잊어버리고 읽어서 도무지 이야기가 연결이 안되었더랬는데 확실히 몰아 읽으니까 무슨 내용인지는 잘 이해가 된다. 그리고 거친 그림 속에 묻혀서 눈에 들어오지 않던 대사들도 꽤나 절절하게 읽힌다.

 아무튼 이 길고 긴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 날른지 참으로 기대된다.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세세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연재 느리다고 작가 욕은 못하겠다...... 근데 같은 작품을 10년 넘게 쓰다보면.... 무지 힘들 것 같은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