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옮김-공각기동대

2008. 12. 30. 13:53감상일지도../애니

예전에 sac을 좋아한다는 나의 말에 "그 만화 너무 어둡잖아요?"라고 말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는데, 뭐랄까... 길거리 한 가운데서 모르고 있던 나의 흐트러진 옷차림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랄까?

저연령층 대상의 이야기가 아닌만큼 칙칙하고, 축축하고 씁쓸한 내용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므로 인해서 보고 난 후의 유쾌함이나 상쾌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각기동대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설정의 치밀함이나 구성적인 매력도 매력이지만 예의 '어른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 끌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gig시리즈는 sac보다 더 우울해진 느낌이 든다. 아직 이야기상으로는 잘 알 수 없는 그 '난민'이라는 정체가 어쩐지 기분나쁘게 느껴지는데-물론 일부러라도 캐고 싶지가 않다- 그를 둘러싼 부서간의 갈등과 굉장히 밟히고 있는 공안9과의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아무튼 스스로가 노력한다고해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 산더미인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멋진 영웅이 나타나 세상을 구원하기를 바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알게되었기때문에-오히려 채이면서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멋있게보여지는 걸른지.

고생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은 그래도 이러한 이야기들의 끝은 해피엔딩일 것이라는 믿음때문일까?(ghost in the shell이 나오려면 어쨌든 잘 마무리 될 것이 분명하므로...;;) 같은 이유로 innocence가 보기 싫은 것인지도 모르겠다.(어쩐지 바트의 닳은 모습이 기대되기도 하지만서도...쿨럭)

정말로 날씨 좋은 일요일이다. 오후에 나가서 돌아다니려면 더이상의 미래는 없어서보이는 공각기동대의 세상에선 일단은 돌아나와야할 것 같다. 다음 편이 넷에 뜰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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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쿠사나기 아줌마가 뛰어내리며 시작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공각시리즈>
 맨처음 내가 시로우마사무네의 만화로 접한 것은 학창시절 보았던 '애플시드'였다. 사이보그 주인공(주인공의 연인) 브레아레오스의 모습이 너무나 당황스러워서 난감했던 애플시드는 나름대로 꽤나 매력이 있었고, 그의 독특한 세계관 역시 당황스럽고 넟설기는 했지만 흥미진진했다. 그 외에도 이러저런 만화를 접한 것 같지만(탱크 나오던 것도 있었는데) 기억엔 안남는 걸 봐선 별로였나보다.

 한참 지난 뒤에 보게 된 것이 그 유명한 '공각기동대'의 1편 ghost in the shell. 1995년작. 지금보니 10년도 더 넘었다. sicaf 1회였던가, 광고에 반해서 상영회를 쫓아다니며 봤던 이 만화는 '애플시드'보다는 (한 세계관으로 본다면) 훨씬 근 미래물이었다. 오시이마모루가 워낙이 자기색을 드러낸 애니라서 '멋있다'라는 느낌 이상은 그다지 받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서도.
 
<그대는 Cool~~하다, 쿠사나기 아줌마. 비록 그 의체 디자인이
 흔하디 흔한 대량복제품일지라도.>
 또 세월은 흘러흘러... 어느날 우연히 케이블tv에서 공각기동대 tv판 방영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엉성한 번역이라니... 순서없이 본 덕에 나중에 차근차근 볼 때에는 오히려 지루하지 않게 보게 된 1기는, 그야말로 끝내줬다. 내 입맛에 더이상 맞는 애니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한동안은 웃는남자와 그 세계관에 푸욱~~~빠져 있었달까? 1기 끝에서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던 남주인공 바트가 "모토코~~"하면서 울던 것때문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너무 좋았다.
 
<웃는 남자 마크...커피전문점 마크란다>
 1기가 끝나고 또 세월은 흘러~~~ 2기가 시작되었다. 1기때부터 중국 얘기는 종종 들렸지만, 우리나라는 등장을 안하는 것이 궁금했는데, 내용 중 자주 언급되던 '난민'의 정체를 깨닫고 그야말로 분기탱천! (그나마 16화인지에 알게되어서 다행이었지, 안그랬으면 애저녁에 그만 봤을거다)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광분하는 걸 보고 왜 그러나 했었는데, 정말 그럴만 했다랄까... 미래에 대한 상상이야 작가의 자유지만 당하는 입장으로 입맛은 쓴 이상이었다. 뭐, 우리 만화에서 심심치않게 망가지는 일본을 생각한다면야 그냥 넘길 수도 있겠지만, 세계적인 파급효과를 생각해보란 말이닷! 씨근씨근 거리며 끝까지 본 2기. 정말 입맛이 썼다. (뭐, 실제적으로 가라앉을 건 일본일거야. 그러니까 거꾸로가 되겠지~라고 넘겨버리려 애는 썼지만)
 그리고 또~~ 그 사이에 갑자기 퉁~떨어진 극장판 이노센트. 워낙 tv2기에 입맛을 버린 후였고, 내용 자체가 그다지 끌릴 것이 없었기 때문에(화면은 멋졌지만) 그냥 그냥 보고 넘겨버렸다. 그리고..........공각기동대는 그걸로 끝일 줄 알았는데..........
 
<화면만 멋있던 이노센트.. 구태의연한 플롯에...>
 
 이번에 3기가 시작되었다. 시점은 극장판 2기 이후. 시간상으론 첫번째 극장판 후 2년이라나? 쿠사나기는 독자적으로 계속 공안일을 하고 있고, 바트는 도토리 신세. 게다가, 어랍쇼, 토구사가 대장이야? 그 애송이가? 허허허...참..... 대장 양반도 많이 늙었고, 이야기도 전반적으로 상당히 어둡다. 고령화, 난민 문제... 솔직히 편하지 않은 주제들이다. (나한텐 더 그렇다)


<나름대로 늠름해진 토구사>

 
 고스트 더빙이라는 것이 가능해진 미래. 기억의 데이터화는 인성의 물질화를 초래하고, 덩달아 인간의 가치란 모호해진다. '자신'을 남기려는 사람들. 애매하기 짝이 없는 사회적인 문제의 합리적인 해결이라는 것은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내가 보기엔 이건 자연적인 도태다. 도태되면......멸종해야지, 뭔 욕심들이 그리 많은지.)
 
 눈앞에서 딸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자신의 머리에 총을 용기있게(???) 겨누는 토구사의 모습이 눈물겨웠고, 다시 보게 된 쿠사나기는 반가웠고(솔직히 내 이상형임..쿨럭) 바트도 여전히 귀여웠고.....(이 작가의 작품들은 주인공이 여자. 내용에서 여'성'의 물질화를 쉽게 보여주는데 반해 남주인공들은 개성만점...을 넘어선다. (잘생긴 남자등장인물, 못봤다나...ㅡㅡ;;) 극단적인 예가 바로 '애플시드'의 브레아레오스. 사람 얼굴도 아니다...바트 역시 의안을 달고 다닌다...미청년형 의체따윈 존재하지 않는거야? 그런거야?) 암튼... 반가웠다, 내용만 빼곤. (왜 또 난민타령이냐굿!!!)
 
<이 사람이 바트>
 
<한성격하는 수상 아줌마...의체일까???>
 
공각기동대 순서

tv1기 (sac)->tv2기(sac2)->극장판1->극장판2->tv3기(sss)

제작순서
극장판1->tv1->tv2->극장판2->tv3
 
 본 지는 한참 되었는데, 이제사 생활로 돌아온 듯하여... 기분내어 써 본 글이었다. 횡설수설의 극치. 그래도 뭐... (딴청)
 
 
 혹시 읽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애도를....(ㅌㅌ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