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옮김- 지금 거기 있는 나

  첫 화면이 검도 장면이어서 스포츠물이라고 엄청난 오해를 해 버렸기 때문에 한동안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잡지에 나온 평을 읽게 되었고, 그제서야 제대로 볼 마음을 가지게 되었던 애니입니다.

  우연히 이세계(異世界)에 휩쓸려 들어간 소년이 신비한 능력을 가진 소녀를 도와 세계를 구한다...라는 공식은 이제 너무 지겨운 것이 되었습니다만, 상당히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등장인물들은 도식적인 공식을 다른 느낌으로 만들어줍니. 우선 이 애니의 등장인물들은 이상적이지 못합니다.(모두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무력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는 주인공과 다소 이기적인 '여신'. 운명의 무게에 비틀대는 등장인물들.. 귀여운 그림을 보면 환경만화, 아동만화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를 못합니다. 
  일단은... 전쟁이라는 잔혹한 상황에 대해서 다른 만화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것들을 다룹니다. 강제 징집이라든지, 위안부라든지... 솔직히 우리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쓴웃음이 나는 부분입니다만.... 광기에 찬 지도자와 무력하게 충성하는 부하들의 모습.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군인들의 모습. 작은 마을의 집단 광기. 어떻습니까? 이정도면 말만으로도 상당히 파격적이지 않습니까? 그런 이유로 별로 인기는 없었던 듯....^^;; 하기사 푹~빠져들 매력적인 부분이 없는 것이니까요. 웃는다해도 쓴웃음만 짓게 될 뿐.  

  13편이라는 짧은 이야기 속에서 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한 탓에 다소 장황한 느낌을 주는 것도 같지만, 지루하지 않게 잘 엮어나가고 있습니다. 따져들어가면 엉성한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어두운 주제를 그런대로 보면서 생각하게끔 만들어 놓았습니다. 결국엔 자신을 위해서 애쓰는 착한 사람들에 감화된 여주인공이 세계를 구하고, 주인공은 자신이 속했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것또한 도식적이라면 도식적이지요. 하지만 남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여줍니다. 세상이란 것은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며 착하게 살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겠습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면 아마도 작가와 제작자의 의도를 잘 파악한 것이 될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