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기예르모델토로의 피노키오-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2022. 11. 26. 21:33감상일지도../영화

즉흥적으로 통신사 수익 감소를 위해 보게 된 영화.(블랙아담과 동일)

1. 피노키오는 디즈니에서도 만들고 있다.

2. 나는 피노키오 광고를 봤었다

3. 그리고 이 영화와 디즈니 광고를 혼동했다

4. 하지만 감독 보고 선택했다.

5. 시작하는데 넷플릭스가 뜬다.

6. 나는 넷플릭스 구독자다.(아오....)

..............그렇다는 얘기다. 쳇쳇쳇..............

----------------------이하 줄거리 포함-----------------------------------------------------------------------------------------------------

신기한 시대배경

영화의 배경은 세계대전이다.  어수선한 현실적인 사회상과 움직이는 나무인형, 천사, 고래뱃속 등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도 참 어울려서 보는 동안 신기했다. 말하는 귀뚜라미까지...(근데 바퀴처럼 보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내가 기억하고 있는 피노키오라는 소설이 나무인형의 모험을 다룬 것에 비해 영화는 온전히 '부자관계'라는 점에 집중하여 진행되었다. 이야기 속에서는 세 명의 부자관계가 다루어진다.

-피노키오에게 착한 죽은 아들을 투영하며  그와 닮기를 바라는 제페토

-자신의 이상에 따라 아들이 국가를 위한 전쟁영웅이 되기를 바라는 포데스타 시장

-아들은 아니지만 원숭이 스파자투라를 구해주고 온전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예처럼 부리며 학대하는 볼페백작

이들은 자신의 이상, 추억, 이익을 위하여 '아들'을 대하고 온전한 자아를 가진 존재로서 인정받지 못한 '아들'들은 그에 상처를 받는다. 피노키오는 엇나가고, 시장의 아들은 캔들윅은 아버지와 함께 비참한 최후를 맞으며 백작은 피노키오를 죽이려다 스파자투라에게 죽임을 당한다. 

아버지라고 해서 완벽한 존재는 아니기에 서로 실수하고 후회하는 일은 생길 수 밖에 없지만,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보려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관계의 파국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전혀 사전지식 없이 보러 간 영화였기에 이런 내용이 다뤄질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보는 동안 꽤나 마음이 무거워졌다. 

솔직히 '父子'의 관계라는 것은 꽤나 애매한 점이 많다. 모성애가 본능적인 면에 많이 기대어 있기에 신성시 되는 것에 비하면 부자의 관계는 갈등의 여지가 더 강하다. 솔직히 부성애는 학습되는 부분이 많고 인류 전체의 역사를 생각하면 그 역사가 그다지 길지가 않다. 권력자들에게 아들은 자신의 권력을 이어가는 수단이기도 했지만 자신을 밀어낼 경쟁상대가 되는 경우도 많았고, 아들들 역시 제 아비의 권력이나 지위를 갖기 위해서는 그의 인정을 받고 그를 밀어내는 일이 필요했다. (지금도 그렇겠지)더군다나 기본적인 아버지상(남성상)이 가부장으로서 공감이나 배려 등의 감정적인 면을 무시하는 일들이 많았기에 아들과 아버지의 갈등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간자의 위치에서 어머니(아내)의 조정이 있다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이 영화 속에서는 '어머니'나 '아내'의 존재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으며(혹은 남편에게 종속) 그래서 별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얘기 진행이 안되니까 빠지는 거지 뭐.)

끊임없이 아버지의 인정과 관심, 사랑을 바라는 아들들의 모습이 애잔하였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와 대적하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아버지들이 한 번 쯤 보면 좋을 영화...라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달까....

또 속냐

앞서 말한대로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예매를 하였기 때문에 입장할 때에 전연령관람가라는 표시와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약간 입장하는 모습을 보고 "으잉?"했다.

기예르모 델토로하면 제일 유명한 것이 '판의 미로'이고 '판의 미로'면 어린이판타지를 꿈꾸며 극장에 들어선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영화일텐데....(게다가 요즘 내가 보는 넷플릭스 '호기심의 방'역시 공포물임) 과연 괜찮을라나?

결국.... 가끔 나오는 흡연씬, 아동학대, 다소기괴한 저승(토끼)의 모습, 어찌보면 패륜에 가까운 상황들을 보게 되었고, 속은 놈이 바보라는 말을 할 수 밖에는 없었다. 물론 이야기 끝 부분의 감동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는 트라우마급까지는 안 가겠지만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는 납득이 되지 않는, 혹은 충격적일 수도 있는 장면들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다지 많이 웃기지는 않았는데 아이들은 빵빵 터지는 부분을 넣어두기는 했더라. 

뮤지컬이었네

모르고 갔는데 뮤지컬이었다....(아는게 뭐냐) 음악은 귀에 쏙쏙 꽂히는 것들은 아니었지만 편안하고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귀뚜라미가 노래를 꽤나 잘불러서 누군가..했더니 이안맥그리거네. 

마지막 엔딩크레딧에서 음악이 흘러나오자 관객 중 대다수가 그냥 앉아서 감상을 했다. 그정도로 들을만 했달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부모자식간의 관계라는 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인듯 하다. 가장 닮은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주는 상처들...

"어른들도 그 순간엔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말하지만 나중에는 후회하는 일들이 있다"

어린 시절  상처받은 마음 속의 아이들을 놓지 못한 어른에게 영화가 해주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