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이스어프레이드( Beau Is Afraid) 서글픈 세상의 조각들

2023. 7. 14. 21:17감상일지도../영화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요즘이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악의와 그로 인해 무너지는 약자들의 모습은 나를 보게 하고 두렵게 만든다. 모든 정보가 열린 세상은 너무 위험해서  망상이 흘러넘치는 N 타입에게는 고통스럽기만 하다.\
뭔가 머리를 식힐 것을 찾고 있던 중 Beau is afraid 라는 영화가 개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전과 미드소마의 감독에 호아킨피닉스가 나온다는 것 말고는 정보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미드소마를 보고 이를 갈았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동안의 그 느낌이 그리워서(?) 공포영화라고 생각하고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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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떠들기 전에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것을 먼저 말하자면...
1. 기대하던 공포영화가 아니다. (육편이나 피가 많이(??) 튀지 않음)
2. 뒷자석의 젊은 처자가 나가면서 일행에게 말하더라. "내가 정신병에 걸릴 거 같아."
3. 나는 오면서 내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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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숨겨진 은유나 역사적인 맥락 같은 건 일반인인 나로서는 알기 어렵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영화 속에 나의 삶을 가져다 대어보는 것이다.    보가 숲 속에서 그러하였듯이 말이다.
세시간에 가까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생각한 것은 
'보는 언제부터 미친 것일까? 어디까지가 현실일까?' 였다.
 
초반부터 영화는 불편하다. 너무 만들어낸 듯한 상담사의 얼굴이 그렇고(나중에야 이유를 알겠었지만) 아무리 엉망이 되었더라도 도무지 납득이 어려운 거리가 그렇다. 공포심은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통제할 수 없이 보를 괴롭히고 그렇게 위태롭게 쌓여가던 일상은 하나의 비틀거림으로 완전히 무너져내린다.
정말 처음은 사소한 것이다. 사람들은 나의 마음과 표정과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나를 판단한다. 나는 조용히하고 있는데 시끄럽다고 하고, 나는 예절바르게 말하는데 예의를 지키라고 한다. 거리에는 벌거벗은 살인자가 돌아다니는데 사람들은 그걸 나라고 말한다. 잠깐의 실수로 거리의 걸인들은 나의 보금자리를 엉망으로 만들고 방문앞에는 시체가 있게 되는데 숨어있던 사람때문에 도움을 청하지만 아무도 나를 돕지 않는다. (거미에 물려죽은 것일까? 아니면 보가 죽인 것일까?)
이 모든 게 바뀐 정신과약 때문일까?
우리는 보의 이전 삶을 알 수 없다. 그러니 보가 당황하는 모습에서 이 상황이 그에게 비정상적이라고 믿을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후의 사건들은 더욱 이해가 어렵다. 보를 도우려는 의사부부는 그를 가두려고 하고 그들의 딸은 그의 앞에서 자살해버리고 부부는 그를 원망하며 죽이려 한다.(보는 정신병원에 있는 중 일 수 있다) 
숲속에서 만난 연극단의 연극을 보며 몽환 속에서 살아보지도 못한 삶을 짚어가는 보 앞에는 진실을 건내는 낯선이와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나타난다. (보의 몽상일까, 혹은 보가 실제로는 노인이며 그러한 삶을 살아온 것일까?)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어머니의 장례식.... 떨어지는 샹들리에에 머리가 박살난 줄 알았던 어머니는 여전히 살아있고, 어릴 적 첫사랑은 어머니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유복자인 줄 알았던 자신의 집 다락에서 아버지는 감금당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보가 동정을 잃게 되는 순간 복상사로 죽게 될거라고 거짓말을 해 왔다는 것이 밝혀진다.
보는 동정일 잃는 순간 죽지 않았지만 그 대신 첫사랑이 복상상사를 하게 된다. (과연 복상사일까? 보가 죽인 것은 아닐까?)
보는 어머니를 죽이고 보트를 타고 달아난다. 그건 그가 의사부부의 집에서 본 cctv의 빨리감기 장면과 같다. 그의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거다. 보트위에서 그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서게 된다. (재판정으로 여겨진다) 불타는 보트에서 살고싶다고 외치던 보는 어느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입을 다문다. 그리고 보트가 폭발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보트가 동굴로 들어가는 장면과 마지막 어머니의 절규에서 영화 '나비효과'가 떠오르며 결국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는 건 태어나지 않는 것 밖에는 없는가...라는, 결국 태어나버린 이상 삶은 고통스러울 수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그래서 눈물이 났다. 우리가 보처럼 입을 다물고 그냥 가라앉거나 혹은 (가능하다면) 태어나지 않는 것 밖에는 고통을 벗어날 방법이 없는 것이라면 삶은 너무 우울하고 슬픈 것이니까....
보가, 보의 어머니가 바랐던 '평범한 삶'과 행복은 너무 아득하기만 하다.
디테일에 미쳤다는 감독이라는 것을 자주 들었기에 꽤나 부분부분 신경쓰며 봐서인지 영화의 긴 시간이 많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건지 생각하며 보느라 머리가 아픈 건 함정이었지만. 초반에 눈여겨 본 (저거 뭐야?) 장면들의 의미가 뒤에서 나올 때 나름 뿌듯했던 건 자랑임. 
그런데 그래서 그런지 맨 처음의 빌딩투신자가 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떨어져죽은 변호사나 보트폭발의 모습에서 연상이 되더라) 그렇게 되면 너무 심한 비슷한 영화류가 되어버리는 거 아닌가싶은데;; 뭐, 나비효과가 생각난 이상 아류로 보일 수 밖에 없;;;;
https://what-i-see.tistory.com/1075 (도니다코류)
유전이나(유전은 해설만 봄...)  미드소마가 그랬지만 이 감독에게 부모란 애증이상의 존재이구나...싶다.
 N타입으로 보아서 더 몰입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삶은 고해이고.... 우리는 태어난 이상 미치지 말고 살아야겠다.
그럭저럭 미치지 않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야겠지....
그리고 없는 내 자식에게 감사받아야겠다.
정신과 약은 잘 맞는 것을 선택하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