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27. 19:01ㆍ감상일지도../영화
경고 미리니름 있습니다.
오늘 어벤져를 (또) 봤다. 두번째는 지루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됐는데, 별로 지루한 걸 못느꼈다. (물론 싸우는 부분들은 두번 보니 좀 지루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저번에는 내가 놀라고 웃느라 사람들 반응을 못 느낌)
두번째 보면서 느낀 점을 오랜만에 진지하게 풀어놔보려고 한다.
영화 속에서 로키는 자유는 기만일 뿐이며 자유를 버리는 자유를 선택함으로써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자유란 것은 행복뿐만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스스로 길을 찾아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무척이나 힘들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것이 삶의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그저 자유를 버리고 남에게 의지하는 것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애써도 언젠가는 결국 기만을 스스로 자각하게 되기 때문에. 그 순간부터 자유의 포기는 고통 이상의 고통으로 자신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영화에서 헐크는 삶이 고통인 인물의 대표격이다. 몸을 좀먹는 공포를 겪고 있지만, 태생이 부자라서 그런지(;;;;) 꽤나 낙천적인 스타크와는 달리 소심하고 범생이였던 배너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고 주변에 폐를 끼치는 또다른 자신을 용납할 수 없어 고통스러워한다. 화가 나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고, 그런 자신에 또 화가 나고, 그래서 더 분노하게 되고, 그러면 또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악순환. 배너는 사람들의 공포와 질시 속에 그런 자신을 증오하며 사람들로부터 달아났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스타크는 그런 배너에게 '어쩌면 헐크가 당신을 살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배너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분노와 광기가 오히려 그를 살리고 있다는 아이러니라니. 배너는 결국 그의 삶에서 고통으로 인한 분노가 거부하거나 무시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분노를 '참는 것'이 아니라 '통제'하며 그것으로 오히려 힘을 얻는다.
예전에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내용이 부담스러워 보지는 않았지만 그 제목은 볼 때마다 참으로 마음에 와 닿았다. 복수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피해상황에 대한 고통과 슬픔은 분노를 통하여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인간은 오히려 분노하여야만 생존할 수 있으니 말이다.
비단 분노 뿐만이 아니다. 슬픔, 절망, 고통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 역시 그속에 함몰되는 대신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제정신으로 물 속에서 바닥까지 가라앉으면 바닥을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언제나 화가 나 있다'라고 말하며, '신'을 운운하는 로키를 패대기 치는 헐크를 보며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은 우리 속에 분노가 그렇게 많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날카로운 현실을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사나운 새벽, 이수영) 모른 척 해야할 때도 있지만 세상으로부터 달아나려고 하지 말고, 공포나 슬픔에 젖어있지 말고 그것을 분노로, 분노는 힘으로 바꾸어 현실을 이겨나가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헐크~~~ 잘 했어요!!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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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퓨리가 원숭이 이야기할 때 토르가 못알아듣자 캡틴이 "난 알아"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뭔가 어색하게 느꼈던 것이... 캡틴이라는 캐릭터에 안 맞는 생뚱맞은-귀여운 모습이었기 때문일까? 이번엔 보면서 웃을 수 있었다. 푸하하하....("난 알아"보다는 "나는 알지롱"이 전혀 어울리지는 않지만 뉘앙스상으론 더 나은 번역이 아니었을까...싶기도 하다. 근데 캐릭터를 생각하면 확실히 좀 뜸금없긴하다;;;; 토르한테 쫄렸었나?)
* 가끔은 두번째 보는 사람들만을 위한 상영회가 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대사 큰 소리로 따라하기, 마음에 안드는 캐릭터 등장하면 야유보내며 팝콘 집어던지기 같은 걸 하면서 영화를 보면 무지 재미있을 것 같다. 로키 등장할 때 야유보내고 싶어서 혼났음.
(이러려면 일반 극장 말고 팬클럽 상영회 같은 걸 찾아가야겠지;;; 예전에 메가박스에서 맘마미아 따라부르기 상영이 잠깐 있었는데 못갔다. 아, 아쉽.)
* 로키는 다른 사람보다 눈이 커서 그런가? 가끔 눈물이 글썽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사악하다기 보다는 유치하고 졸렬한 로키의 성격이 잘 나타나는 건 배우의 능력이겠지?
*같이 본 친구 왈-아이언맨3 아니야?
그도 그럴 것이 헐크, 로키, 캡틴, 토르-다 아방캐릭터라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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